이스라엘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를 우려해 한국인 관광객들을 요르단강 서안 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인 하르 길로의 군사기지에 격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해당 주민들이 23일 ‘코로나 반대’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주 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현지인들이 ‘당신 중국인이냐’고 묻거나 중국인 관광객을 마주치길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했어요. 이제는 ‘한국인 혐오’로 번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거래처 방문을 위해 이스라엘행 비행기를 탔다가 현지 공항에 발도 디뎌보지 못한 채 23일 한국으로 되돌아온 정모(61)씨의 염려 섞인 얘기다. 정씨가 탄 대한항공편은 22일 오후 7시55분쯤(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한국인 170여 명이 입국금지를 당했다. 이스라엘 국적자만 내려놓은 비행기는 23일 오후 2시21분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왔다.

정씨는 “벤구리온 공항 계류장에 비행기가 멈추자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탑승해 ‘한국인 이스라엘 성지순례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인한 방역 문제로 입국을 못하게 돼 죄송하다’고 안내했다”며 “황당하지만 이해할 만하다는 게 당시 기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에서 새로 탑승한 승무원들이 ‘지금 이스라엘은 코로나에 전시상황처럼 대처하고 있다’고 말하던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지난 8~15일 이스라엘을 찾았던 한국인 성지순례자들 중 18명이 귀국 후 코로나19로 확진된 뒤 이스라엘이 취한 조치였다. 외교부는 이날 주한 이스라엘 대사대리를 불러 강력 항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한 군사기지에 한국인 관광객 200여 명을 격리할 수 있다는 현지 신문의 보도도 나왔다. 외교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에 문을 닫는 나라가 늘고 있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나라는 이스라엘, 바레인,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5개국이다. 요르단도 한국·중국·이란에서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6개국 한국인 입국금지, 8개국선 입국제한 … 미국은 한국 여행경보 상향

이스라엘에서 입국이 거부된 여행객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한국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뉴스1]

입국 절차를 강화하거나 자가격리를 요구하는 국가도 브루나이, 영국,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브라질, 오만,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8개국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한국인 성지순례자들을 접촉했던 자국민 200여 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또 한국인 성지순례자들의 귀국 비행기에 함께 탑승했던 즈비 하이페츠 주중 이스라엘 대사도 베이징에서 자가격리 중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권고를 1단계(사전 주의 실시)에서 2단계(강화된 주의 실시)로 상향했다. 국무부는 “한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면 여행 일정이 지연되고, 강제 격리될 수 있으며, 비싼 의료비 지출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대규모 감염이 처음 나타난 신천지 대구교회뿐 아니라 경북·부산 등에서 감염 경로가 명확지 않은 소규모 집단감염이 생기고 있다.

23일 하루에만 확진자 169명, 주말 이틀 새 398명이 새로 발생해 전체 환자가 602명으로 증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감염병 위기 경보를 기존 ‘경계’ 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렸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 1만여 명이 입국하는 이번 주를 ‘집중관리주간’으로 정해 비상대처에 나섰다.

한국인 입국 금지 6개국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이날 95명 발생해 329명으로 늘었다. 전체 확진자의 55%다. 이 교회 신자 9294명 중 1248명이 증상이 있는데, 293명만 검사를 받았다. 아직 900여 명이 검사를 받지 않았고, 670여 명은 보건당국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또 이 교회를 다녀간 전국(대구·경북 제외) 200여 명의 신도가 확진자가 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2차 감염이 쏟아졌다. 이날 추가 환자 중에서도 경남·경기 3명, 광주·부산 2명이 신천지와 관련이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청도대남병원·이스라엘 성지순례 외에도 소규모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 온천교회에서 8명의 집단 감염자가 나왔다.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이송 요원에 이어 입원환자가 확진돼 ‘병원 감염’ 우려가 나온다.

하루 새 사망자는 세 명 추가됐다. 이날 오전 동국대 경주병원에 있던 54번 환자(57)가 폐질환 악화로 숨졌다. 오후엔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55번 환자(59)가 숨졌다. 두 사람은 청도대남병원에서 처음 확진 판정(19일)을 받았다. 대남병원에서만 사망자 4명이 나왔다. 경북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던 38번 환자(56·여)도 이날 숨졌다. 이 환자는 15일 병원 응급실로 들어왔고,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지역사회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대구시내 유증상자를 모두 검사키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주 동안 임시 선별진료소를 (대구시내) 여러 군데 설치해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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